Timeline

  • 1

    탈주

    결계를 찢고 들어온 것은 크고, 검고, 아무리 봐도 고양이는 아닌 생명체였다. 상처 입은 생물이 보이는 방어기제에는 여러 갈래가 있지. 웅크리거나, 자기파괴적이게 되거나, 내미는 도움마저 위협하거나. 오래된 마법사는 그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으므로 약간의 흥미로 손을 내밀었을 뿐이다.
  • 2

    죽음

    상처 입은 짐승을 주워드는 마음으로 거두었지만 그 어린 어둠이 '사람'을 먹는 종류의 맹수라는 사실은 뒤늦게 알았다. 죽음을 끝으로 생각하지 않는 마법사는 미리 알았더래도 크게 달라질 것 없다고 생각하였으나, 키메라는 품안에서 싸늘하게 식어가던 몸을 기억에 남긴다.
  • 3

    어뮬렛

    간만에 돌아온 키메라의 손에 쥐어진 것은 마법사의 결계를 열 수 있는 어뮬렛이었다. 묵직하게 검은 것을 손에 들고 무슨 생각이냐고 물으면 마법사는 그저 여느 때와 같은 알기 힘든 표정으로 웃으며 '다음'을 말했다. 미래를 기약한 적 없는 어린 것에게 있어서는 첫 약속이었다.
  • 4

    다시, 죽음

    정신을 차리고 보면 시야는 붉다. 제 스스로 탐하고 파헤쳐 취한 것을 깨달으면서도 손가락 사이로 줄줄 흘러내리는 것을 막아보려 의미 없이 노력한다. 뒤늦다. 어째서 저를 곁에 두었지. 결국 또다시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으면서. 아직 후회를 모르는 어린 것은 그저 가책한다.
  • 5

    반려

    수많은 오해와 몰이해와 순간이 지난 후, 언젠가 키메라는 마법사에게 기꺼이 제 심장을 내어줄 것이다. 그때 마법사는 세상에서 가장 귀애하는 것을 받아든 이의 조심스러운 기쁨 어린 표정으로 웃으리라. 걸어가야 할 일은 아직 멀지만, 함께라면 분명 괜찮을 거라 믿기에.

Relation

NOIR

Blanc, Black, Blank.

하얗게 불타는 존재와
다 타서 검게 그을린 존재가
나란히 있는 세계.

“비를 싫어해요?” 문득 희었다. 흰, 그러나 마냥 희다기보다는 창백한, 옅은 빛의 입술이 얇게 호선을 그려 휘어진다. 그 입술이 가벼이 열리면 적막은 흔들리며 깨져 내리고해. “……무거워진다.” 입술을 달싹이다 내뱉은 무뚝뚝한 대답. 마냥 희어 가녀린 선을 가진 것은 입가에 손을 가져다 대더니 쿡쿡 낮게 웃으며 다가온다. 이것은 가녀려 보여도 오래되어 독을 품은 것이다. 그리 알고 있는데도 움직이지 않았다. 가늘게 뻗은 팔을 들어, 날갯죽지를 쓰다듬는다. 어떤 불쾌감이나…… 위험을 느껴야 했는지도 모른다. 다만, 목소리가 고왔다. 그 목소리가 희었다, 목덜미가, 아. “녹스?” 흰 목덜미에 입을 맞춘다. 이를 드러내고 싶은 욕구를 누르며 혀를 내밀어 핥다가, 이내 희고 깨끗한 피부 위로 잇자국이 새겨진다. 잇따라 점점이 순흔을 남기며 흰 것을 탐하다가…… 웃음소리가 들려왔으나 고개를 드는 대신 다시 한 번 꽉 깨문다. 약간의 탄성,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손길. 화답하듯 끌어안았다,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Characters

녹스 Νύξ Nox

#키메라 #실험체 #어린

어떤 마법사의 유전 정보체를 훔쳐 만들어진 어린 키메라.
키메라는 성공적인 걸작 중 하나로 간주되었다. 여러 생명체의 결합체인 그것은 태어난 순간부터 실험관 안에서 살아왔으며, 지성을 가졌고, 명령에 따라 움직였으므로 어리석은 연금술사들은 저들이 그것을 컨트롤 하고 있다고 굳게 믿어왔다. 반세기 동안이나.

니르 नीर Nir

#네크로맨서 #불사의 #오래된

마법의 학파 중에서도 강령술Necromancy는 늘 오해 받기 쉬운 전공 중 하나였다. 사악하고 삿된 것. 물론 그는 신경쓰지 않았다. 죽음에 대한 연구는 치유와 맞닿아 있다는 것을 모르는지. 그러나 오해를 굳이 정정하는 것보다는 입을 다무는 쪽이 현명할 때도 있는 법이리라.
그저 조금 웃고, 고개를 기울이고, 되물었다. “내가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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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rrythesurf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