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비를 싫어해요?” 문득 희었다. 흰, 그러나 마냥 희다기보다는 창백한, 옅은 빛의 입술이 얇게 호선을 그려 휘어진다. 그 입술이 가벼이 열리면 적막은 흔들리며 깨져 내리고해. “……무거워진다.” 입술을 달싹이다 내뱉은 무뚝뚝한 대답. 마냥 희어 가녀린 선을 가진 것은 입가에 손을 가져다 대더니 쿡쿡 낮게 웃으며 다가온다. 이것은 가녀려 보여도 오래되어 독을 품은 것이다. 그리 알고 있는데도 움직이지 않았다. 가늘게 뻗은 팔을 들어, 날갯죽지를 쓰다듬는다. 어떤 불쾌감이나…… 위험을 느껴야 했는지도 모른다. 다만, 목소리가 고왔다. 그 목소리가 희었다, 목덜미가, 아. “녹스?” 흰 목덜미에 입을 맞춘다. 이를 드러내고 싶은 욕구를 누르며 혀를 내밀어 핥다가, 이내 희고 깨끗한 피부 위로 잇자국이 새겨진다. 잇따라 점점이 순흔을 남기며 흰 것을 탐하다가…… 웃음소리가 들려왔으나 고개를 드는 대신 다시 한 번 꽉 깨문다. 약간의 탄성,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손길. 화답하듯 끌어안았다,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